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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09 영집전 -대나무에 불어넣은 숨결-전
날짜  2009.08.08 00:32 조회(20269)

2009 영집전

전시명 : 대나무에 불어넣은 숨결
기  간 : 2009, 8월 15. - 9월 20일
장  소 : 영집궁시박물관
주  관 : 영집궁시박물관
후  원 : 경기문화재단


대나무에 불어넣은 숨결

대나무란 놈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나무도 아닌 것이 독특한 그놈만의 세상이 있지요.
나름 지조도 있습니다. 한 겨울에도 푸른 기상을 버리지 않습니다.
하얀 눈발을 뒤집어쓴 대나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이 모양이 저에게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손을 놀려야 먹고 사는 가업을 물려받은 까닭에 항상 바빴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 십여 년 전만 해도 밤 11시에 자는 날은 왠지 죄를 짓는 듯했으니까요. 이런 와중에도 1년에 한번 눈발이 대나무숲 위에 내려 쌓일 때 즈음이면 한 배낭 걸머지고 한 달간 전국 곳곳을 다녔습니다. 

대나무란 놈 때문입니다.
머리위에 잔뜩 눈발을 이고선 이놈은 꼭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흔들거리며 위에 얹은 눈발을 목덜미위에 흩뿌리고는 했지요 참 고약한 놈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조심조심 놈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다보면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놈이 보입니다. 꼿꼿한 몸매에 적당히 박힌 마디, 햇수도 딱 2년생 이놈이 내가 평생을 공들여 매만져야 할 놈입니다. 얼른 잘라 손에 쥐고 앞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대나무밭을 한 바퀴 돌면 군데군데 잘라 쌓아놓은 대나무더미가 보입니다. 다시 되돌아 그놈들을 주워 밖으로 날라내면 이미 어둑하니 날이 저뭅니다. 또 마음이 바빠지는 순간 이지요 이놈들을 등에 메고 인가(人家)를 향해 내려갑니다.

하지만 고생은 이제부터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3-40년 전 충청도의 외딴 골짜기나 제주도의 언덕백이에는 외지인이 쉽게 잠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걸머멘 대나무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것이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의 잠자리 얻기였습니다. 언젠가 외양간 옆에 붙은 창고에서 지내던 겨울밤은 정말 몸서리치게 추웠지요. 그래도 한 달여 이런 짓을 하고나면 제법 대나무가 쌓입니다. 이놈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먼저 대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일일이 무게를 측정해서 기록합니다. 그리곤 무게와 대마디를 분류해서 구분지어 놓습니다. 이어 꺼내놓고 작품을 지을 것들을 추려냅니다. 특별한 도구나 화려한 손놀림이 보이지 않는 작업입니다. 만졌다가 놓고 또 만졌다가 훑어보고 그런 지루한 작업을 하며 한 세트의 화살이 될 것들을 골라냅니다. 그리곤 불에 구워내는 것 이지요 이제 녀석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됩니다. 위 아래로 빨갛게 숯불을 피워놓고 차례대로 구워나가는데 나름 호기가 있는 녀석들은 제 딴에 고집을 부립니다. 휘어진 마디를 구워 지그시 눌러 바로잡는 순간 제 성질을 못 이기는 녀석은 그 순간에 부러져 버립니다. 여태 녀석에게 들인 공이 허사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제 이 녀석은 하늘을 나는 대나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 맛을 본 녀석들의 몸매는 꼿꼿하니 휘어짐이 없고 탄성은 이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집니다. 튀어나온 마디를 쓸고 껍질을 긁어내어 모래로 녀석들의 몸을 닦아내면 대나무에서 살대로 재탄생하게 되지요.   

이제 이 녀석에게는 부레풀을 바르고 쇠심줄을 감고는 싸리나무를 끼워 오늬를 하고 쇠를 달궈 두들겨 갈아서 촉을 끼우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살대의 몸통에 날개깃을 달아줍니다. 꿩의 오른쪽과 왼쪽의 깃털을 구분하여 떼어낸 깃털을 젖은 수건사이에 가지런하게 펼쳐놓고 덮어줍니다. 일명 잠을 재우는 과정이지요. 손으로 찢어 떼어낸 깃털은 아직 제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도르르 말려 있기 십상입니다. 작은칼로 미세하게 붙어있는 잔뼈들을 추스르고 나서야 비로소 펼쳐진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아직 빳빳한 기세를 늦추지는 않습니다. 이런 녀석들을 물에 젖은 수건사이에 넣고 기다립니다. 수분을 머금으며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적당히 부드러워진 깃털에 부레풀을 발라서 오늬를 살피며 마루깃부터 붙입니다. 나머지 2개의 깃도 마찬가지지요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살대는 창공을 질주하는 화살이 되는 것입니다.

짧지 않은 동안 이런 과정을 수없이 거치면 화살을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제법 마음에 들 정도로 만들어진 화살을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그리곤 조용히 들어봅니다. 숨결이 느껴지는지…….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보유자 유영기



올해로 영집 유영기 선생의 화살만들기가 60년째입니다.
활쏘는 이에게 60년은 집궁60년이라고 합니다.

화살을 만드는이에게 60년은 ......

쏜살처럼 빠르다고들 합니다.
몇초만에 날아간 화살은 과녁에 도착하지요

그러나

몇초사이에 승부가 갈리는 화살에 들이는 공은 그리 짧은 시간만은 아닙니다.
재료을 선별하고 다스리고 쏘는이의 쏨새에 맞춰야 하고......

그 오랜세월 만드신 화살중에
마음에 걸리지 않는 화살이 없다 하십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이제는 어느새 진짜 노인이 되셨습니다.

이제
그간 모진세월을 거치며 만들었던 것들을 모아서
전시를 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여러분의 관람을 기다립니다.

                              2009년 8월 영집궁시박물관 학예실